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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ㆍ육아정보 > 지혜로운 육아 > 육아 가이드
내 아이 한글공부 언제 시작하면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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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언제 한글 공부를 시작하면 좋을까하는 물음의 정답은, 아마 ‘아이마다 다르다’일 것이다. 나는 주변에서 두 돌 만에 간판과 동화책 읽기만으로 한글을 뗀 아이를 보았다. 세 돌부터 6개월동안 가르쳐서 한글을 뗀 아이도 보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내 아이는 보통보다 조금 빠른 편이었다. 아마도 내가 붙들어매고 열심히 가르쳤다면 더 이른 나이에 한글을 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먼저 가르쳐주지 않으니, 아이는 질문을 많이도 해댔다. 글자를 보면 스스로 이렇게저렇게 짜맞추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6세가 되어 어린이집에서 한글 교육이 본격적으로 들어가자 집에서 한번도 봐주지 않고도 6개월만에 한글을 다 떼었다.


나는 유치원생부터 대입준비생에 이르기까지 국어와 논술 강의를 해 왔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일찍 한글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우선 아이가 글보다 그림을 읽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이가 정말 원할 때 가르칠 생각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도 육아도 바빴고 엄마가 더 부지런하지 못해서 그랬다.) 


큰아들은 말이 빨랐다. 노래를 몇 번만 듣고도 금방 따라불렀고, 글에 대한 호기심도 일찍 보였다. 전집 한 질 들여주지 않았지만, 집에 있는 동화책을 수도 없이 읽어달라고 하고 그걸 외워서 읊어댔다. 아이가 만 3세가 지났을 무렵 (셋째를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엄마표 학습은 무리라고 판단, 나도 (남들 다 한다는) 한글 학습지를 시켜보았다. 학습지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번 오셔서 20분 정도 공부를 봐주셨다. 가격은 20분에 만원 꼴이었다. 교재 자체도 마트에서 파는 일반 스티커 책 등보다 별반 나을 것이 없어 보였다. 선생님은 늘 피곤해보이셨고, 시간에 쫓기셨으며, 끊어읽기가 별로 좋지 못하셨다. 초보선생님이신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엔 엄마 이외의 새로운 존재인 선생님을 좋아하고 잘 따르던 아이가, 글자만 보면 자기 마음대로 읽어대던 의욕적이었던 아이가, 석 달 만에 공부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3개월만에 뭔가 성과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그만 두었다.

 

그랬던 아이가 만 5세가 되기 전, 어느새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제는 그림이 아니라 글씨를 읽었고, 주변의 모든 사물에 적혀있는 정보들을 습득해나갔다. 확실히 글을 알게 되니 정보 습득 능력이 많이 늘었다. 물론 빠른 아이라면 정보 습득 능력을 빨리 갖추는 것도 좋겠지만,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어도, 세상에는 모르는 말 어려운 말 투성이라, 그리 늦은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도 질문을 많이 해서 더불어 사전 찾는 법도 가르쳤다. (아직은 엄마나 아빠가 도와주어서 찾아보고 있다. 그리고 한자어같은 경우는 어른들도 막상 닥치면 설명해주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한글 읽기를 떼었어도 쓰는 것은 여전히 힘들어했다. 하도 쓰기를 시키니까 난생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도 했다. 아이는 인지나 말은 빨랐지만, 소근육 대근육 발달이 느렸는데, 집에선 한번도 강요하지 않았던 쓰기를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하게 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친구들은 하는데, 저는 안 할 수도 없고, 무작정 어린이집을 쉬고 엄마랑 있겠다고만 했다.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렸고 선생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셨지만, 그래도 아이는 힘들어했다. 그래서 아이는 한 달 동안 어린이집을 쉬었다. 내가 강의를 하러 갈 때마다 도서관에 데리고 갔고, 함께 수영을 다녔다. 그리고 무사히 어린이집에 돌아가 다시 적응했다. 지금은 학교 입학에 맞추어 바른 획순과 바른 자세 중심으로 글씨 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무리없이 잘 따라주고 있다.

 

 
 
글씨 쓰기 연습은 큰아이가 좋아하는 천자문으로 하고 있다. 2011년 2월. ⓒ원혜진

 

둘째 아이는 첫 아이에 비하면 한글 떼기가 더 늦을 듯 하다. 말이나 인지는 형보다는 조금 느려도 또래보단 빠른 편이었고, 잔머리도 잘 굴리는 편이지만, 이 아이는 우선 앉아있는 것보다는 뛰어다니는 것이 몸에 맞는 아이이다. 운동신경이 좋고 워낙 활발한 아이라 다치지나 않고 자라줬음 하고 바랄 뿐이다. 이제 6세가 되었지만 형처럼 올해에 스스로 한글을 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전혀 하지 않는다. 게다가 왼손이 우세손이라 글씨 쓰기를 양손으로 시켜야하나 고민 중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참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글자를 아직 몰라도 독서를 즐기고, 동생에게 책(그림)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형이 공부하고 있으면 저도 옆에 앉아서 끄적거리기를 즐긴다. 이 정도라면 형보다는 조금 늦겠지만, 학교 입학 전에는 한글 떼기가 가능할 듯 하다. 셋째는 아직 어려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아이들마다 적절한 때가 다 다르니, 언제가 되었든 그 때가 되면 스폰지처럼 흡수하리라 믿는다. 

 

우리 셋째, 엄마와 아빠와 형들에게 다 한번씩 책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독서광이다. 2011년 2월. ⓒ원혜진
우리 셋째, 엄마와 아빠와 형들에게 다 한번씩 책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독서광이다. 2011년 2월. ⓒ원혜진

 

사실 한국 사람에게 한글은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이미 말을 유창하게 하는 아이라도 (심지어 어른들도) 어휘력에서는 서로 차이가 있듯, 그 시기가 차이가 있을 뿐 언제가 되었든 읽기와 쓰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글자를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한글을 뗀 후에도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좀더 큰 후에는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유태인들은 아이에게 처음 글자를 가르칠 때 꿀을 발라 맛을 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움은 꿀처럼 달콤한 것이라니, 얼마나 적절한 비유인가. 더불어 부모가 아이 앞에서 늘 배우는 자세이자 책 읽는 자세라면 아이도 배움이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며, 또한 유용하고 달콤한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칼럼니스트 원혜진(whjdc@naver.com)

 

기사 제공 ㅣ 베이비 뉴스 (http://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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